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5.27 06:29

경쟁약제 안건으로 올라오면 같이 논의하기로
환자단체도 "운영방식 문제있는거 같다" 지적

3년 8개월이 넘도록 급여 첫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엠에스디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가 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문턱이 높아도 너무 높다는 얘기가 나올만한데, 환자단체도 '위원회 운영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26일 오후 키트루다주 급여확대안(5건)을 심의했다. 이전에는 회사 측에 '실질적인' 추가 재정분담안을, 특히 초기투여단계에 무게를 둔 재정분담안을 요구하며 일괄 보류시켰었는데,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PD-L1 발현 양성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단독요법),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페메트렉시드·플라티눔 병용),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파클리탁셀·카르보플라틴 병용) 등 폐암 1차요법 3건은 보류시키고, 요로상피암 2차 요법과 호지킨림프종 불응성 2차 이상 및 재발상 4차 이상 요법은 통과시키는 '분리전술'을 구사했다.

급여확대안 5건 중 추가 재정소요는 대부분 폐암 1차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방광암과 호지킨림프종은 넘겨주고, 폐암은 보류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폐암 1차는 경쟁약물이 안건으로 올라오면 그 때 같이 논의하기로 했다. 여기서 경쟁약물은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주(아테졸리주맙)를 말한다.

암질심의 이번 결정은 막대한 추가 재정부담에 대한 고민이 녹여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다른 한편 노림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질심이 키트루다주 폐암 1차를 기각시키지 않고 보류시킨 건 재정분담안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티쎈트릭주가 언제 암질심에 상정될지 알 수 없지만 그 때까지 안을 다시 만들어 오라는 의미인 것이다. 노림수는 티쎈트릭주의 선례다. 잘 알려진 것처럼 티쎈트릭주는 과거 초기 투여비용을 회사 측이 부담하는 위험분담안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급여절차를 진행한 전례가 있다.

암질심은 폐암 1차 요법에서도 이걸 기대할 것인데, 이는 동시에 엠에스디 측에는 압박카드가 된다. 암질심이 엠에스디 측에 암묵적으로 줄곧 요구했던 것도 초기 투여비용 분담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암질심의 노림수이자 묘수가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암질심의 이날 결정에 엠에스디 측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입장표명은 자제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전해듣지 못했기 때문인데, 믿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엠에스디 뿐 아니라 키트루다주 급여확대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도 심정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정되는 폐암 1차 요법 예상환자 수는 7~8천명에 달한다.

임상적 유용성 개선을 명백히 입증하고도 재정이슈로 4년째 급여 사용범위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키트루다주 사례를 보고 환자단체도 암질심 운영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암질심이 재정분담을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본연의 역할인 임상적 유용성보다 더 우선순위가 되는 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정부와 제약사간 줄다리기 싸움에 암질심에서부터 환자들은 피해를 볼수 밖에 없다. 효과가 입증된 약제에 대한 환자들의 '희망고문'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방식의) 암질심 운영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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