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택 기자/  승인 2021.05.24 06:03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강선우 의원실이 지난 13일 공동 주최한 '희귀유전질환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토론회'는 이른바 '원샷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감과 보험당국의 근심이 공존하는 자리였다.

문종민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이사장은 한국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를 염두에 두고 "출산율 사상 최저를 매년 갱신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이미 세상에 태어난 아기들이라도 최선의 치료제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이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유연한 약가제도를 통해 하루 빨리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졸겐스마는 재발성∙불응성 급성 림프구성백혈병 치료에 쓰는 같은 회사의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함께 한번만 투약하면 되는 대표적인 '원샷치료제'다. 급여논의는 킴리아가 처음 등재 신청돼 한창 진행되고 있다. 보험당국에는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인데, 고민은 깊다.

양윤석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날 "졸겐스마와 같은 유전자치료제는 한번만 투약하는 '원샷 치료제'이고, 초고가라는 점에서 다른 약제와 차별점이 있다. 현행 위험분담제(RSA) 내에서 지불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이용구 건강보험공단 약가관리실장도 "치료효과와 재정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김애련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킴리아 급여 신청을 계기로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지불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가자는 의견 등도 귀담아 듣고 있다"고 했다.

앞서 강청희 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3월 전문기자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킴리아'와 같은 초고가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에 대한 합리적인 신지불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근심이 많은 재정당국의 검토방향은 현 RSA제도를 기반으로 유연한 '지불방식'을 모색하는 걸로 요약된다.

약제비 지불은 행위료와 동일하게 현재 제3자 지급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구 실장은 이 때문에 "비용분할(미국)과 일괄지불(호주) 모형은 요양기관을 통해 약값이 지급되는 현 청구시스템으로는 운영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장기적인 치료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샷'으로 5억원(킴리아)이나 20억원 이상(졸겐스마) 드는 약값을 곧바로 지급하는 것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 사례를 보면, 보험당국은 투약초기 비용분담에 매우 민감하다. 키트루다주 급여확대 안건이 3년8개월째 암질환심의위원회에 붙들려 있는 것도 초기 비용분담이 핵심 쟁점인걸 감안하면 '원샷' 비용을 한꺼번에 부담하는 건 보험당국의 계획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현 단계에서 확증할 수 없고, 때문에 '원샷' 비용을 한꺼번에 지급하기 어렵다면 최선의 선택지는 '분할지불' 방식일 것이다. 다만 이 방식은 이용구 실장의 지적처럼 현 시스템으로는 채택할 수 없는 만큼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는데, 그 해법을 '직불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의약품 공급자에게 직접 약품비를 지급하는 직불제는 1999년 2월 건강보험법에 근거가 마련됐다가 준비부족과 현실성 결여 등을 이유로 3년 뒤인 2002년 12월 폐지됐었다. 직불제는 급여대상 약제만을 대상으로하다보니 비급여 약제 등과 구분해서 관리해야 하는 요양기관에 업무부담을 야기한다. 근본적으로는 약값 할인·할증 관행에 젖어있던 요양기관의 동의를 얻어내는 건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고, 의약품 공급자들의 속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직불제는 그런 점에서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구하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직불제일까. 초고가인 '원샷치료제' 비용을, 그것도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지가 '분할지불' 방식이 될 수 있다면, 직불제가 매칭 가능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 가능한 운영방식은 이렇다. 보험자는 위험분담제를 활용해 상한금액과 총액제한(캡) 등을 정한다. 여기까지는 통상의 위험분담약제와 동일한 '툴'이다. 달라지는 건 구매와 지불방식이다. 보험자가 '원샷치료제'를 일괄 구매해 처방기관에 공급하고, 약품대금은 계약(치료지속 성과 포함)에 맞춰 나눠서 의약품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한다.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조달입찰을 통해 요양기관에 공급되는 국가예방접종(NIP) 대상 백신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샷치료제'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제한적 직불제' 도입은 실거래가상한제 예외 지정 등을 포함해 여러가지 법령개정 작업이 수반돼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뉴스더보이스 편집자의 무지에서 '비현실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새로운 지불방식에 대한 고민이 너무 '지리하게' 이어지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환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시하는 아이디어다. 문종민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이사장의 말처럼 "아이들은, 또 환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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