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5.06 06:29

박성민 변호사가 환수·환급제 대안으로 제시한 이유
"올란자핀 사건 이후 제네릭 연계 약가소송 본격화"

제약사가 제네릭 등재와 연계돼 자사 오리지널 의약품의 상한금액이 직권조정되는 데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청한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법원에 의해 대부분 인용되는 건 거시적으로 오리지널사가 '부당한' 이익을 얻고, 건강보험재정이 '부당한' 불이익을 입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사례를 보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오리지널사가 승소한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인데, 대안으로는 현재 보건복지부도 검토 중인 '부당한' 이익 또는 불이익 환수·환급제도 도입이 제안됐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특허법학회 정기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주제는 다국적제약사 릴리가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을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올란자핀 대법원 판결을 다룬 '약가인하에 의한 손해배상 여부'였다.

이에 대해 뉴스더보이스가 주목한 건 올란자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아니라 박 변호사가 제시한 판결 이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국내 건강보험 오리지널 약가인하 제도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란자핀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이후 오리지널사들이 제네릭 등재 연계 오리지널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집행정지 신청이 모두 인용되고 있는 반면, 본안 취소소송은 모두 기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제네릭 등재와 연계해 자사 오리지널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처분이 난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은 지난해 말 기준 9건(10개사)인데, 모두 서울고등법원이 올란자핀 사건에 대해 판결한 2016년 10월 이후에 제기된 사건들이다.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새롭게 나타난 변화인 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오리지널 회사들은 특허소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제약 등재신청을 이유로 오리지널 약가를 인하했다가 추후 특허소송에서 복제약 회사의 패소가 확정되면 오리지널 약가가 뒤늦게 원상회복되더라도 그 기간동안 약가인하로 입은 불이익을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법원은 이를 수긍해 그동안 오리지널사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박 변호사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올란자핀 사건과 같이 복제약 회사가 특허도전에 성공했다가 종국적으로 패소 확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복제약 등재신청 시 오리지널 약가인하제도가 2006년에 도입됐지만 올란자핀 판결이 최초 판결인 것을 봐도 이런 경우가 통계적으로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다보니 이런 집행정지 인용은 거시적으로 오리지널 회사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고, 건강보험재정이 '부당한' 불이익을 입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되지 않았는데 종국적으로 특허권자가 특허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약가인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확정될 경우에 오리지널 회사가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안은 환수환급제도였다.

박 변호사는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인용됐으나 추후 제약사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경우 해당 제약사가 집행정기 기간동안 약가인하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건보공단에 지급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마찬가지로 집행정지가 기각됐으나 추후 제약사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소송기간 동안 약가가 인하됨으로써 건보공단이 얻은 이익을 제약사에게 지급하도록 법적 근거를 둬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덧붙여 특허권 남용 문제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특허소송이 확정되지 않고 진행중이면 복제약 진입 시 오리지널 약가인하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집행정지 신청이 모두 인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리지널 회사 중에는 이를 활용해 오리지널 약가를 높게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바로 특허권 남용 가능성"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복제약 회사의 실시여부가 불분명한 제법 특허나 조성물 특허로 특허소송을 제기해 특허소송 진행을 지연시키고 이와 연계해 약가인하 취소 본안소송을 늦추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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