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택 기자/  승인 2021.06.04 06:52

김동현 아밀로이드환우회장, "반다맥스, 희망에서 절망이 안되도록"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고가인 희귀질환 의약품이나 항암제의 급여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진료현장과 환자들의 갈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급여 등재가 안돼서 치료제를 눈 앞에 두고도 쓰지 못하면 희망이 더 아픈 절망이 될 수 밖에 없다.

고 김상덕 활동가 15주기를 추모하며 마련된 환자권리주간 행사 '고가희귀의약품 및 치료재료 접근성' 간담회에서 김동현 아밀로이드환우회장(사진 오른쪽)은 지난 2일 '고가희귀의약품 접근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회장은 아밀로이드 질환에 대한 설명부터 꺼냈다. 김 회장에 따르면 ATTR(Amyloid Transthyretin) 아밀로이드증은 간에서 생성되는 혈액 단백질인 TTR가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발생시켜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일종의 섬유질이 생기고, 이 아밀로이드 섬유질이 전신 장기에 침착되면서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유전적인 경우도 있고, 고령화로 생긴 돌연변이 TTR가 원인이 돼 발생한다.

한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은 트랜스티레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성(hereditary)'과 돌연변이는 없지만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상형(wild-type)'으로 구분된다.

ATTR-CM은 진단이 어렵고 오진 비율이 높아 정확한 유병률을 파악하기 힘든데, 실제 진단후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기대수명이 약 2~3.5년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ATTR-CM은 증상을 관리하며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었는데, 지난 2020년 8월 최초이자 유일한 ATTR-CM 치료제인 '빈다맥스(타파미디스)'가 시판허가를 받아 치료의 길이 열렸다"고 했다.

이어 "빈다맥스는 성인 ATTR-CM 환자의 심혈관계 사망 및 심혈관계 관련 입원 위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다. 생존율 개선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들에게는 매우 큰 희망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빈다맥스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의 환자들이 눈 앞에 치료제를 두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은 대상 환자 수가 적어 대규모 임상시험 진행이 제한적이고, 시장에서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제의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돼도 경제성 평가를 통한 비용-효과성 입증이 매우 어려워 원활한 급여 등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료상 필수약제 제도,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 제도, 위험분담제 등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제도상 특례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이 역시 매우 제한적인 요건 하에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 김상덕 씨는 백혈병환자이면서 이른바 '글리벡투쟁'에 혼신을 다했던 활동가였다. 고인은 글리벡 투쟁 이후에도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의약품 접근권을 위해 헌신했는데, 갑작스럽게 병이 악화돼 돌연 동지들 곁을 떠났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그런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매년 추모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환자권리주간행사는 건강세상과 함께 간병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한국로잘린카터케어기빙연구소 등이 함께 준비했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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