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태선 기자
  •  승인 2022.05.09 06:07

국가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인데 허가조차 돼 있지 않다?

실제 식약처가 지정한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을 살펴보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약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만큼 흔히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보기 힘든 약'이다. 

정부는 이같은 약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 필요시 국외에서 이를 신속 수입하는 절차를 밟아 공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약사법 제2조제19호에 따라 질병 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을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여기서 식약처는 정부부처나 의약전문 단체의 요청을 받아 보건의료상 필수성, 대체의약품 현황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와 관계부처 공무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거쳐 국가필수의약품을 지정하고 있으며 정부부처나 의약단체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도 위 절차를 거쳐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말 기준 511품목이 지정됐다. 

또 국내 허가되지 않은 국가필수의약품은 필요 시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외국에서 도입해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식약처 등 정부는 시장 내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약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평시 사용이 적어 시장성이 낮은 약을 일반 제약사 등 제조-수입업체들이 허가받아 유통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에 대한 보다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지속해서 반복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현시점에서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대체약이 없는 품목의 경우 국가가 나서 일정량의 재고를 상시 확보해둬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등을 계기로 정부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 등을 대비해 감염병관리법령에 따라 비축의약품을 관리하고 있다. 치료제 타미플루를 비축해왔고 사용되지 않은 비축약은 지난 2019년 기준 1000억원 가량이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아까운 국가예산이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예기치 못한 질병이 창궐하거나 국가간 분쟁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밀접한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은 언제든지 반복될 여지는 많다. 일정 예산이 투입해 손실을 보더라도 꼭 필요한 약은 비축해서라도 대비해야 한다. 그만큼 국가필수의약품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하는 시대에 놓여있다. 시장변화나 관련 치료에 있어 신약이 나오는 등을 살펴 목록을 정기-수시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필요시 뜻밖의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보건위기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의약품을 국가가 비축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지만 국내 허가조차 없는 의약품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수백개의 제약사가 있음에도 허가를 내지않고 공급을 포기했다면 해외 역시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약인데 국내외에서 구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일 때마다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움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는 가능할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 또한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불거진 낮은 국산 원료의약품의 자급화 강화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도, 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기능 및 역할을 강화해 희귀필수약의 공급은 물론 적정 의약품 보유관리를 해야 한다는 등도 모두 이같은 시대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미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방안을 다시금 재점검해야 한다.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인 준비태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수첩)위급시 약이 없다면?...국가필수약 관리 재점검할 때 - 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newsthev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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