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택 기자/승인 2021.06.21 06:31

제약계, 의견수렴조차 없는 내부규정 운영 문제..."전면 철회해야"
"대상약제 넓혀주는 듯 하더니 뒤로 꼼수" 비판도

격앙됐다는 심평원-제약 간담회=(2) 경평면제 비용효과성 기준논란

지난 17일 열린 심사평가원과 제약단체들 간 간담회가 ICER 임계값 현실화와 경제성평가생략약제 비용효과성 기준을 놓고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회의도 조기 종료됐다. 뉴스더보이스는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 어떤 말이 오고갔는지 제약계 참석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제약계, 특히 다국적제약사들은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약제(경평면제약제) 급여 적정성 판단을 위한 평가기준을 A7조정최저가의 80%로 낮춘다는 얘기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렇게 가면 경평면제약제 제도가 사문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결핵치료제 등 일부 약제에 문호를 더 열어주는 듯 하더니 뒤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7일 열린 심사평가원과 제약단체들 간 간담회는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심사평가원이 경평면제약제 비용효과성 평가수준을 A7조정최저가의 80%로 조정했다는 건 지난 16일 히트뉴스의 제약사 관계자發 단독보도로 회자되기 시작했는데, 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의 경우 회원사로부터 이미 이전에 소식을 접하고, 17일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약계가 파악하고 있는 건 대략 이렇다. 간담회 당일에도 심사평가원 측에서 언급했지만 경평면제약제 비용효과성 평가수준 하향 조정은 외부에 공개된 기준이나 지침 개정없이 이미 내부규정에 반영돼 운영되고 있다.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심사평가원은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 세부평가기준'을 지난해 10월8일 개정하면서 '외국 7개국의 국가별 조정가 중 최저가 수준을 급여여부의 평가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종전 규정문구에서 '조정가 중 최저가'를 '조정가 중 최저가 등'으로 변경했다. 'A7조정최저가의 80%'는 바로 추가된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심사평가원 측은 간담회에서 "외국 7개국의 표시가격이 불확실하니까 당연히 조정최저가도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기준 개정 당시 (A7 80%에 대해) 제약계와 이미 합의될 걸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실제 내부규정 등을 정해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약계 입장에서는 언론보도까지 나온 이상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당연히 내부방침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제약계의 우려는 이런 것들이다.

현재도 경평면제약제는 A7조정최저가와 A7조정평균가 사이 등에서 표시가격이 정해질 경우 추가적으로 환급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환급계약이 의무적인건 아니다.

하지만 'A7조정최저가의 80% 평가툴'이 개입되면 모든 경평면제약제가 '20%+알파'로 반드시 환급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더구나 제약계는 현재도 조정방식이 적용돼 A7 국가 표시가격 대비 25~30%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데, 여기다 추가적으로 20%가 보태지면 경평면제약제는 표시가의 50% 수준까지 실제가격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경평면제 트랙으로 급여절차를 밟는 약제는 사라지고, 결국 경평면제약제 규정도 사문화될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검토중인 해외약가참조 가이드라인이 개정돼 유통거래폭 및 참조국가가 변경돼 가격 하방 압력을 더할 경우 경평면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약제들의 접근성이 심각히 저하되고, '코리아패싱' 가능성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류치영 KRPIA 본부장은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심사평가원은 그동안 정책 결정에 앞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고, '10.8 개정'이나 경평지침 개정에서도 이런 노력들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건은 전혀 다르게 의사결정이 진행돼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류 본부장은 "현재도 제약사들은 '조정가' 개념을 본사에 설명하고 납득시키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가 기전으로 표시가 대비 약 25~30%의 인하율을 적용하고 거기에 부가적으로 20%를 추가로 인하한 가격을 비용효과적인 가격으로 고려한다면, 또 협상에 가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까지 겪게 된다면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10.8 개정' 이후에 비용효과성 평가 과정에서 A7조정최저가 이하 가격수준을 요구받았다는 제약사들 사례를 듣기는 했는데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보고 업계 전체가 대응할 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부 운영규정에 반영해서 운영한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고 했다.

류 본부장은 그러면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반면, 절차상의 적합성, 당위성, 타 규정과의 조화 등에 있어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다국적사 관계자도 "단일 약제도 가격 하방압박에 경평면제 트랙을 타기가 쉽지 않겠지만 경쟁약물이 있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이번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10.8 개정'으로 대상약제가 확대된 건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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