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택 기자/  승인 2021.11.01 07:43

2상 임상 결과 국제 학술지 검증...논문 게재
부작용 거의 없고 위중증환자에 효과 확인
식약당국·중앙임상위원회 움직임 주목

"코로나에 감염된 국민들을 치료제 없이 방치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아직까지 검증이 좀 덜 됐어도 위드코로나 상황에서는 약을 쓰게하는 게 국민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전혜숙(서울광진갑) 의원이 10월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종근당이 '약물재창출'로 개발 중인 코로나19치료제 나파벨탄주(나파모스타트) 사용 승인을 촉구한 이유다.

전 의원은 특히 "국내 기업이 생산한 '나파벨탄이 코로나19 고위험 감염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의학 잡지 '이-클리니컬메디슨(E-ClinicalMedicine)’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클리니컬메디슨은 세계 최고의 의학저널인 영국 란셋(Lancet)이 출간하는 온라인 학술지다. 란셋은 그 권위만큼 검증과정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토종 치료제 나파벨탄의 코로나 감염증 치료 효과가 국제적으로도 확실히 인정 받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전혜숙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나파벨탄 등에 대한 사용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전 의원이 이렇게 이-클리니컬메디슨 등재에 의미를 부여한 건 약사출신이어서 그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파벨탄 논문은 올해 5월12일 접수돼 10월2일 등재 수락됐다. 5개월여의 검증과정을 거쳐 게제된 것이다. 내용자체는 새로운 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 자문단회의에서 지난 3월 나파벨탄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검토했을 때 리뷰했던 임상결과와 동일하다.

수재된 논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세린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인 나파모스타트는 파종성혈관내응고 및 췌장염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다.

무작위, 다기관, 대조 2상 임상시험을 통해 COVID-19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나파모스타트 치료군(4.8mg/kg/day)과 표준치료군을 비교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비강산소치료가 필요하거나 비침습적 인공 호흡이 필요한 환자가 대상이었다.

1차 평가지표는 임상개선까지의 시간, 주요 2차 평가지표는 회복까지의 시간과 회복 비율, 조기경고지수(NEWS)가 포함됐다. 임상시험은 러시아 13개 임상시험센터에서 104명(평균 58.6세)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그 결과 전체 환자군에서는 나파모스타트와 표준치료제군 간 임상개선까지의 시간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NEWS가 7점 이상인 고위험군 36명에서는 나파모스타트군이 표준치료군보다 임상개선까지의 시간을 유의하게 단축(11일 vs 14일, p=0.012)했다.

이는 소규모이지만 고위험군에서 1차 평가지표를 입증했다는 의미다. 2차 평가지표인 회복비율에 있어서도 나파모스타트군은 표준치료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개선 효과(61.1% vs 11.1%, p=0.002)를 보였다. 또 표준치료군의 경우 50명중 4명의 사망 사례가 있었지만, 나파모스타트군의 경우 COVID-19에 기인한 사망 사례는 없었다.

해당 논문은 결론적으로 등재 환자 전체에서는 나파모스타트군과 표준치료군의 유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소규모 고위험군에서는 임상개선까지의 시간이 유의하게 단축됨을 확인했다고 언급하고, 유효성을 추가로 평가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식약처 검증 자문단도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임상적 개선까지의 시간'에 대해 시험군과 대조군이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추가적으로 분석한 '조기경고점수(NEWS) 7점 이상인 환자군'에서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였다고 인정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치료효과가 입증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었다. 이에 따라 나파벨탄은 조건부 승인을 받지 못하고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3상 임상 중이다.

사실 식약처 검증 때도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를 감안해 검증이 덜 된 백신이 전 인류에게 광범위하게 투여되고 있고, 역시 다국적제약사의 치료제가 신속 승인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식약당국이 국내개발 치료제에 지나치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특혜시비 등이 생길 수 있어서 인지 그대로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11월부터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 국내 확진자는 지금보다 엄청나게 많이 늘어날게 뻔하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위중증으로 넘어갈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치료제를 확보하는 건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때문에 정부도 캡슐당 9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다국적제약사 제품을 선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정작 해외 유명 학술지가 논문게재를 수락하면서 위중증환자에게 사실상 효과를 인정한 나파벨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는 못본체하고 있다. 더구나 나파벨탄은 이미 췌장염치료제로 쓰고 있는 약제여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비교적 안전한 의약품이다.

나파벨탄이 위중증환자에게 투여되려면 식약처가 조건부 승인을 내리거나 허가 전이어도 중앙임상위원회가 사용을 결정하면 된다. 중앙임상위원회는 긴급 사용 결정을 할 때 통상 유명 학술지나 교과서 등에 언급돼 있는지를 보게 되는데, 나파벨탄은 이번에 이-클리니컬메디슨에 논문이 게재되면서 조건을 충족했다.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위드코로나', 그리고 국내 개발 치료제의 해외 유명 학술지 수록, 여기다 국회의 사용 승인 촉구. 이런 일련의 변화된 상황에 식약당국과 중앙임상위원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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