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택 기자
  • 승인 2021.04.15 07:52

 


 간병연대 등 9개 단체 "썩션·관장·소독·투약까지 수행"

일선 의료기관들이 간병인에게 불법적으로 의료행위를 지시했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혐의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국내 대표병원인 이른바 '빅5병원'을 우선 고발 조치했다.

간병시민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들은 간병인들에 대한 불법 의료행위 지시와 방조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간병문제 해결을 위해 간병시민연대가 만들어진 뒤 나온 첫 공동행동인데, 이들 단체는 회견 직후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병원과 의료진들의 행태와 인식을 보면 간병은 환자 보호자나 간병인들이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버린 듯하다. 간호사는 이미 간병인들이 하는 역할을 해본지 오래이고, 간호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조차도 간병인의 역할을 아예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환자들이 입원을 하면 내는 입원료에는 의학관리료(40%), 간호관리료(25%), 병원관리료(35%) 등 3가지가 있는데, 이중 간호관리료는 진료보조 행위 등 환자 돌봄까지 포괄한 비용"이라면서 "환자와 가족들은 이미 돌봄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도 또다시 간병인을 고용해서 고액의 비용을 이중으로 지불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했다.

간병비 부담은 매우 크다. 이들 단체는 "간병인을 고용하면 하루에 최소 10만원을 줘야 한다. 최근에는 그나마 간병인도 구하기 어려워서 12만원으로 올랐고, 환자가 중증이면 하루에 15만원도 줘야 한다. 최소 한 달에 300만~450만원을 간병비로만 내야 한다. 가히 가계 파탄의 길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렇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데도 간병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데 있다. 이들 단체는 "자체 설문 응답자 중 75%가 간병서비스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간병인들 태반이 제대로 된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들 역시 고령인 경우가 많아 병원 현장에서는 ‘노노(老老)간병’(노인이 노인을 간병한다는 뜻)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간병인들이 병원의 지시와 묵인 아래 위험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단체는 "현재 전국의 병원에서 간병인들이 하는 의료행위는 실로 다양하다. 가장 많이 하는 썩션(가래뽑기)은 간병인 누구나가 다 하는 것이 돼 버렸고, 간병인 소개 업체나 파견업체에서는 아예 교육을 시켜서 병원으로 보낼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한심한 것은 이들이 병원 현장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이들을 교육까지 시키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소변 줄 갈기, 유동식 투입, 소변량 체크, 관장, 소독 그리고 투약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렇게 누구나 다 오랫동안 하다 보니 의료진이든 간병인이든, 환자나 보호자들조차도 이런 것이 아예 의료행위인지조차 인식을 못할 정도이다. 이런 의료행위는 병원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지시와 묵인 아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명백히 의료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또 "이런 행위들로 인해 환자들은 기관에게 보고도 되지 않아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각종 의료사고에도 노출된다. 유동식을 주입하다가 폐렴이나 기도 막힘 사고가 나는 것을 비롯해서 관장을 하다가 감염되는 경우, 투약을 할 때 곱게 약을 갈아야 하는데 제대로 갈지 않은 약을 먹이다가 목에 걸리는 사고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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