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준 기자/ 승인 2021.11.08 06:06

당정 합의 약가협상 규모 대폭 축소...2025년 10품목 협상약가 첫 적용
무늬만 협상 사실상 특허덤불 방지법에 가까워

메디케어 약가협상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대폭 축소 수정됐다. 글로벌 제약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美행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한 메디케어 약가협상 권한 부여 법안(H.R. 5376 파트 I)이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에 뉴스더보이스는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과 이에 따른 시장 변화를 분석해본다.

당정합의에 따라 인프라 법안의 통과는 유력시되지만 50:50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원 통과여부는 불확실하다. 찬반 동률일 경우 의장이 투표권을 행사토록 규정한 의회법에 따라 의결 가능성에 무게가 좀 더 실린다.

또한 약가협상 권한 법안은 기존 'HR3'법안으로 인프라 법안의 연계 법안이었으나 이번에 단일 법안인 H.R. 5376 (더나은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에 포함됐다.

H.R. 5376에 약가협상 내용은 2000여 쪽이 넘는 법안중 맨 마지막 장에서 다뤄졌다. 마지막까지 당정협의에 진통이 있음을 대변한다. 1977쪽부터 시작되는 Subtitle I (약가/Drug Pricing)편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약가협상을 통한 약가 인하부문은 파트1-(협상을 통한 약가 인하/ LOWERING PRICES THROUGH DRUG PRICE NEGOTIATION)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2028년까지 최대 20개 품목에 대해 메디케어 약가협상을 진행토록 했다.

우선 2025년 10품목, 2026년과 27년 15품목, 2028년 20품목으로 순차 확대된다.

협상대상 의약품은 단일 제약사 생산 독점 의약품 즉 오리지널 의약품 또는 동일성분중 경쟁이 없는 품목으로 제한된다. 첫 약가협상 기준 년도는 2023년으로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소분자(화학)제제는 7년, 생물학제제 10년이 지난 의약품이다.

즉 첫번째 해인 2025년 협상약가가 적용될 의약품은 2023년 기준 소분자제제는 7년, 생물학제제 10년 지난 의약품이 협상대상이 된다. 협상약가 적용은 2025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실제로는 FDA승인 이후 각각 9년과 12년이 지난 의약품이 된다.

협상 대상 의약품은 메디케어 보험급여지출액이 많은 소분자제제 50품목과 생물학제제 50품목이 후보군으로 먼저 선정된다. 이외 매년 협상시 소분자와 생물학제제 각각 1품목 이상씩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결국 메디케어 파트B(원내투약)와 파트D(원외처방)가 각 제형의 특성상 바이오와 소분자제제로 구분되는 만큼, 파트B와 D에서 최소 한 품목 이상씩 모두 10품목이 협상품목이 된다.

해외약가 참조 관련 내용은 법안에서 삭제됐다. 협상 후보군 메디케어 지출액 상위 오리지널 100품목중 어떤 품목이 협상대상으로 선정될지는 하위법령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 협상약가의 최저기준는 규정됐다. 독점기간이 짧은 품목은 최초약가의 65%, 독점기간이 긴 품목은 40%까지로 제한됐다. 해석한면 통상의 특허만료 기간 이내 약물은 65%가 약가협상의 최저가격이 된다.

무늬만 약가협상, 사실상 특허덤블 방지법

기존 HR3 법안과 비교하면 약가협상 대상품목은 50품목에서 최대 20품목으로 대폭 축소됐다. 심지어 20품목은 최대 협상 수치로 그 이하 협상도 가능토록 했다. 당초에는 무조건 50품목이 협상 대상이었다.

약가협상 따른 약가적용 시점도 사실상 특허가 대부분 종료되는 시점인 소분자제제 출시 9년 후, 생물학제제 12년 후 라는 점에서 기존 제약없는 협상 조건에 비해 대폭 완화됐다.

사실상 별도의 특허덤블이나 제네릭 지연지불(Pay for delay) 등으로 독점 유지기간을 증가시킨 품목만이 큰 피해가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특허를 연장을 시도하는 제약사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25년 10품목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4년간 최대 70품목이 약가협상 품목이다.

한편 기존 선진 8개국의 자료 기반으로 최소 7개국 약가를 비교, 평균약가 120%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참조가격제도도 제외됐다. 하위법령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나 최초약가의 65%(장기독점 40%)로 인하폭의 최저선을 정해둔 만큼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급여지출 상위 100개 약가 협상 후보 약물중 실제 협상을 진행할 10품목 선정시에만 해외약가를 참조, 상대적으로 미국의 약가가 고가인 품목이 협상대상이 되는 기준 역할을 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메디케어·아동 의료보장성 강화 연계 분석

인프라법안에 따르면 노인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의 연간 상한액을 6천달러로 제한했다. 특히 메디케어 파트D 약제비 부담은 2천달러로 별도의 한도를 마련했다.

아무리 비싼 의약품을 처방받더라도 노인환자의 파트D(원외처방조제) 환자 부담은 연간 한화로 약 236만원으로 제한, 의료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

이외 인프라법안에는 인슐린의 환자 월 약제비 부담을 최대 35달러로 낮추고 어린이 환자의 약가 할인을 대폭 확대했다. 의료서비스 이용에 따른 가정의 부담을 줄이는 의료보장성 강화 법안은 약가협상에 따른 제약사 부담을 상쇄하고 남는 수준이다.

이외 제약업계가 우려했던 물상상승율 이상의 약가 인상 억제는 약가부문 파트2-(PRESCRIPTION DRUG INFLATION REBATE)에서 다뤄진다. 약가의 과도한 인상시 사안에 따라 품목별로 별로 최대 1억 달러의 벌금이 책정됐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돼 의사와 약사, 특히 민간보험업계에 제공되는 리베이트를 억제하는 장치를 마련토록 했다. 리베이트 억제를 통해 약가인상을 제어한다는 점에서 제약업계가 갖는 부담을 크게 낮췄다.

결과적으로 특허연장을 통해 독점기간을 더 길게 유지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업체의 전략에는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피해는 이들 품목에만 집중된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일부 품목에 한정되고 제한적이다. 보장성 강화 고려시 중장기적으로 손실보다는 이익이 더 큰 구조다.

한편 특허만료 전후로 오리지널 약가인하가 인하될 경우 오리지널 보유 제약사보다 오히려 제네릭 중심 제약사가 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오리지널-제네릭 동일약가제도 하에서 제네릭 출시이후에도 오리지널의 영향력이 장기간 유지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한국의 사례가 미국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할 경우의 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미국시장에서 독립 1차 의료기관이 감소하고 의료법인 등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대형제약사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은 저렴한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에 긍적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약가인하가 오히려 제너릭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외 고려할 점은 이같은 약가협상 권한 부여 법안이 오리지널 약가의 최초 약가의 거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기존 메디케어 급여등재 심사를 통한 관리체계와 현 법안에 제시된 리베이트 억제 법안으로 약가협상을 고려해 높은 약가을 책정하는 흐름을 조성될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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