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택 기자/ 승인 2021.11.08 14:30

제약업계 "기대감 크지만 반신반의 정서도 커"
국제통상질서 부합? 연구과제명부터 수세적
법률전문가 "법리적으로는 충분히 검토 가능"

(기획) 혁신형 제약 약가 지원정책 쟁점과 과제①

"당연히 필요한 걸 추진하는 건데도 연구과제명부터 너무 수세적이다.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있는 지 의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추진 중인 '국제통상질서에 부합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 지원정책 연구'에 대해 제약계 종사자들은 기대감이 크지만, '반신반의' 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는 이른바 '글로벌 진출신약 약가우대 제도'인 '7.7 약가제도'가 한미FTA 이행이슈로 묶여 무력화된 데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당시 '7.7 약가제도'가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되는 과정도 일체 드러난 게 없었다. 다만 '통상문제'라는 말만 간헐적으로 흘려나왔을 뿐이었고, 정부와 보험당국은 스리슬쩍 어렵게 만든 약가우대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만들었다.

더구나 바뀐 제도에서는 약가우대 조건 중 하나로 '미국이나 유럽의 신속허가제도로 허가받은 약제'를 집어넣어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개발신약이 바뀐 제도로 약가우대를 받으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먼저 신속허가를 받아야 하는 다소 황당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에서도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 등이 입법화되면서 선진국의 신속허가제도와 유사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정부와 보험당국은 약가우대 조건에 이를 반영하지도 않았다.

불신과 불만의 싹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들이다. 게다가 이번 연구용역 제목에 '국제통상질서에 부합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 있는 것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일텐데, 너무 수세적으로 사안을 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육성지원법에 엄연히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근거가 있는데도 보건복지부는 3년 넘게 하위법령을 만들지 않고 통상문제 운운하며 기권해 왔다. 국무조정실 등에서 필요성을 인식해 '탑다운'으로 과제가 내려왔지만 지금도 복지부는 '통상'이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사안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이번 연구에 기대가 크지만,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렇게 제약계 불신이 적지는 않지만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내년 5월까지 추진되고, 복지부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지원 방안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연구자체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필요성을 언급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를 주문한 것도 이런 논의에 한층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상질서에 부합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의약품 정책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국제통상질서는 WTO 보조금 협상과 한미FTA 등이 있는데,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지원방안은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문제는 제시된 대안을 '복지부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것이냐'가 될 수 있다. 사실 2018년 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수세적으로 대처하는 게 맞았는 지 의구심이 없지는 않다"고 했다.

한미FTA에서 의약품산업은 그동안 다른 산업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해도 되는 산업 쯤으로 취급됐던 게 사실이다. 당시에도 논박보다는 양보라는 손쉬운 해법을 택했던 게 아닌가 하는 게 제약바이오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기도 했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그런 점에서 "연구용역보다 더 중요한 건 공무원들의 인식과 태도, 의지문제 일 수 있다. 이번에는 뭔가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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