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태선 기자/  승인 2025.02.21 06:35

배은영 경상약대 교수, 우선순위 설정 등 건강보험 고려사항 4가지 제안
19일 열린 김윤 의원 주최 제9차 민생경제회복단 현장간담회.

건강보험이 환자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정책방향을 통해 개선을 추진해야할까.

배은영 경상약대 교수는 최근 김윤 의원 주최 제9차 민생경제회복단 현장간담회 '건강보험이 놓치고 있는 것들, 국민에게 듣다'에서 '건강보험이 고려해야할 것들'을 제안했다. 

배 교수는 "환자들의 요구와 건강보험 급여 간의 괴리는 무엇에서 기인하나? 재정의 한계 때문인가? 아니면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돼서인가?"라며 후자에 초점을 맞춰 개선점을 제안했다. 

배 교수는 크게 급여 결정 기준 구체화와 질병의 위중도, 치료법의 성과평가시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고려, 환자경험 근거 활용, 구매자 역할 강화 등의 건강보험 고려사항 4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급여 결정 기준의 구체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배은영 교수.

배 교수는 "현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급여 결정 원칙으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 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 상황 등이 언급되어 있다"면서 "급여 결정에 있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비용-효과성 기준 충족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는 의료적 중대성이 크다면 통상의 비용-효과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급여하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중증질환자 1명의 생존 기간을 1년 증가시키는 것이, 중증도가 낮은 환자 10명의 생존 기간을 0.1년씩 증가시키는 것보다 더 가치있다는 암묵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고 부연했다. 

배 교수는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를 경증질환에 대한 치료보다 우선한다는 합의는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 사례에 대한 지침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며 "현재 일부 중증 희귀질환에 대해 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치료제가 급여가 되기도 했으나 어느 정도 중증도가 높아야 이러한 예외적 결정이 인정될 것인지, 대체치료법의 존재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선언적 원칙만 있으며 기준간 교환관계(trade-off)가 명시적이지 않아 결정 내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곤 한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영국과 같은 나라는 의사결정기준을 좀 더 구체화하고 근거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 같은 나라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한 고가의 혁신 치료법에 대해 예외적으로 조기 진입할 수 있는 트랙을 도입하기도 한다고 안내하고 국내도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환자들의 시급한 필요(need)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존재하는 비효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효과가 불분명한 치료법에 너무 많은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질병의 위중도, 치료법의 성과를 평가할 때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치료법의 성과를 평가할 때 대개는 임상적 근거를 일차적으로 검토한다. 환자가 느끼는 건강 관련 삶의 질은 QALY(삶의 질을 보정한 생존 기간)라는 평가지표에 반영된다"며 "약제의 경우 QALY로 성과를 평가하므로, 건강 관련 삶의 질의 변화는 반영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QALY로 평가한다고 하여 해당 치료법이 주는 편익을 다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QALY는 건강을 넘어선 편익은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급여 결정 기준에서 중증도를 고려할 때는 삶의 양이 우선시 된다"며 "약제의 경우 매우 위중한 질환을 정의할 때 남은 생존기간이 2년 이내인지를 기준으로 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의료적 필요를 평가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환자 경험을 근거의 하나로 채택하자고 역설했다. 

배 교수는 "급여 결정 절차 내에 환자들의 경험이 반영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환자 참여 형태의 다양화를 주문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위원회에 제출되는 회의자료에 환자들의 경험을 포함하는 사례도 있고, 환자들이 위원회 회의에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을 증언하기도 한다"며 "이는 투표권을 가진 위원과는 다른 역할이다. 임상시험 등을 통해 확보되는 임상적 근거는 어떤 면에서 보면 평가 범위가 제한적인 바, 환자들의 경험을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구매자 역할 강화도 제안했다. 가격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배 교수는 "보험자는 어떤 항목을 급여할지의 결정뿐 아니라 주어진 예산으로 되도록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가격 협상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C형 간염 치료제는 전 세계가 고가 약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상 환자 수를 추계하고 정부가 직접 기업과 협상을 벌여 구매 총액에 합의한 사례로, 단위 가격으로 환산하면 매우 유리한 협상을 한 경우라 할 수 있다"고 봤다.  

배 교수는 끝으로 "환자들의 요구와 급여 결정 내용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급여 결정 기준과 절차 측면에서 살펴봤다"며 "급여 결정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각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 숙의가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재차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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