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택 기자/ 승인 2021.06.04 06:52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가 전한 인공판막 이야기
"더 나은 치료재료에 대해 말하는 흉부외과의사는 없다."
"신약 접근성에 대한 목소리는 많아도 치료재료 접근성에 대한 목소리는 없다."
심장병환자에게 인공판막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필수 치료재료다. 그런데 이런 필수 치료재료에 없는 게 있는데 바로 이 두 가지다.
고 김상덕 활동가 1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환자권리주간 행사 '고가희귀의약품 및 치료재료 접근성' 주제 간담회에서 '흉부외과 필수 치료재료 접근성'을 주제로 지난 2일 발표한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의약품이 아니라 환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치료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 대표는 "'보다 나은 신약이 있지만 사용하기 어렵다'고 환자에게 이야기하는 의사는 있지만,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재료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이야기하는 흉부외과의사는 없다. 손에 주어진 치료재료로 최선을 다해 살려야 한다는 각오로 수술에 임할 뿐 최악의 경우에서도 '보다 나은 치료재료를 사용할 수 없어서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신약의 접근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환자들은 많지만, 치료재료의 접근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환자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치료재료를 사용하는 환자들이 순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인공심장판막 사례를 들었다.
2016년 어느날 '우리는 왜 80년대 조직판막을 써야 하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인공심장판막 상한금액이 낮아서 일부 저개발국가에만 있는 80년대 초에 개발된 구형 제품이 국내에 공급되고 있고, 이를 환자의 심장에 이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2017년 인공판막의 상한금액을 약 17% 인상해 주면서 81년도에 개발된 인공판막은 더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게 됐다.
안 대표는 "자신의 판막을 떼어내고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면 오랜기간 사용하게 된다. 논란이 된 기사가 보도됐던 2016년 말에는 석회화를 감소시키고 판막치환 후 시술을 통해 재판막치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판막이 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는 기사도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심장병이라는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와 환자 가족 입장에서는 새롭게 개발된, 보다 기능이 개선된 인공판막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국내에는 공급이 되지 않으니 그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안 대표는 "현재 국내 인공판막의 상한금액은 약 290만 원으로 외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다. 수술방법이 다른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이나 비봉합대동맥판막치환술에 사용되는 판막은 수술방법이 달라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가격을 산정할 수 있지만 기존 수술방법에 사용하는 인공판막은 내구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도 과거에 정해진 상한금액 이상 인정받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라고 했다.
안 대표는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심장 안에 가지고 있는 생명과 직결되는 인공판막의 가격은 암환자, 중증질환자, 희귀·난치질환자 등 고가의 약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한달치 약값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심장판막증으로 판막치환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에게 ‘외국에서는 새로 개발된 보다 좋은 인공판막을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그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40년 전 개발된 인공판막이나 20년 전 개발된 인공판막, 이제 새롭게 개발된 인공판막이 모두 거의 동일한 가격을 인정해 주는 현 상한금액이 과연 문제는 없는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기술혁신 등 입증자료를 통해 개선된 부분을 증명하면 가산해 주겠다는 가치평가로도 현실적으로 가산받기 어렵다면, 이로 인해 국내에는 신제품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가치평가 기준에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환자가 알지 못해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 있던 치료재료 공급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환자단체와 흉부외과학회,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법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치료재료는 심장병 어린이들과 성인 환자들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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